불황 속 물가 상승으로 푸드마켓을 찾는 어려운 이웃들이 늘고 있다.
푸드마켓은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들이 필요한 생필품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도록 2009년 6월 제주시 일도2동에서 문을 열었다.
기부 물품과 성금으로 운영되는 일종의 슈퍼마켓으로 남는 음식을 모아 복지시설 등에 나눠주는 푸드뱅크보다 한발 앞선 시스템이다.
14일 제주시에 있는 사랑나눔푸드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이용객은 1만8523명으로 전년 1만7866명 대비 4% 증가했다. 장바구니 물가가 높아지면서 이곳을 찾은 인원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기부 물품과 기부액은 1억9700만원으로 전년 1억1800만원과 비교해 40%나 증가하면서 온정이 이어졌다.
푸드마켓의 장점은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수요자가 원하는 것을 한 달에 1번, 3가지 생필품을 가져갈 수 있다는 데 있다. 인기가 높은 품목은 쌀과 라면, 된장·고추장, 식용유 등이다.
주 고객이 65세부터 90세까지 노인이어서 즉석식품보다 매 끼니에 필요한 물품을 선호하고 있다. 식품 외에 칫솔·치약, 샴푸, 세재 등 생활용품도 주로 찾는 품목 중 하나다.
푸드마켓을 찾은 강모씨(76·여)는 “이가 없는데도 예전에 씹지도 못하는 돼지고기를 지원받은 적이 있다”며 “이곳에선 라면과 김 등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공짜로 가져갈 수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부는 오는 3월부터 기존에 푸드마켓을 이용해 왔던 수급자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푸드마켓을 이용했던 1500여 명의 도내 수급자들은 올해 초 이 같은 소식을 접하면서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만 3년 넘게 공짜로 물품을 가져다 쓰다 한순간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거·의료·교육 등 각종 혜택을 무상으로 지원받는 수급자 대신 주 소득자가 실직·폐업·구금·사망으로 긴급지원이 필요한 가구를 1순위로 선정해 푸드마켓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변경했다. 이어 수급 탈락자와 차상위계층을 우선 지원 순위로 선정했다.
아울러 이용자들은 1년 단위로 자격을 갱신해야 하는데 상담 등을 통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푸드마켓 관계자는 “20가지가 넘는 각종 지원을 받는 수급자보다 가장의 실직 등으로 끼니를 때우기 힘든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에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대상자를 변경하게 됐다”며 “읍·면·동에서 지원이 필요한 신청자를 접수받은 후 명단을 확정해 오는 3월부터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의 사랑나눔푸드마켓 758-1377.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