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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보] 간판 사회가 부추긴 가짜 스펙 활개
 글쓴이 : 관리자
작성일 : 2010-06-18 00:00   조회 : 6,451  








정교하게 위조된 토익 성적표












[사건추적] 인터넷 통한 위조 증명서 불법 거래 실태
정교하게 위조된 토익 성적표.

 



최근 결혼이나 취업을 앞두고 가짜 졸업장이나 성적증명서를 구입한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누구나 쉽게 증명서 위조책과 접촉할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제조책 '가격흥정'
구직·실업자 주로 구매
송금만 하면 택배도 보내





△"아무거나 골라 잡으세요"=부산 금정경찰서는 15일 인터넷을 통해 가짜 증명서를 사들인 혐의(공·사문서 위조)로 취업준비생, 직장인 등 4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 서부경찰서도 지난 달 11일 허위 증명서 구매자 5명을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대부분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검색을 통해 증명서 위조책과 접촉해 이메일로 대학졸업장, 성적증명서, 토익성적표 등의 위조에 대한 문의와 답변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구매자들은 위조책과 가격 흥정을 벌였고 건당 30만 원부터 많게는 120만 원까지 위조책의 대포통장으로 송금하면 2~3일 뒤 위조된 증명서를 이메일로 전송받아 취업할 회사에 제출했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같이 플라스틱 카드로 된 공문서는 택배를 통해 구매자들에게 전달됐다.




금정경찰서 여동호 사이버팀장은 "주로 중국동포인 제조책들은 '세상의 모든 증명서'를 위조할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들이 중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데다 외국계 이메일과 인터넷 전화를 이용해 추적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부터 이혼녀까지=이번에 적발된 허위 증명서 구매자들은 취업준비생, 실업자, 이직을 고려 중인 직장인 등으로 다양하다. 구매자들의 일부가 이혼녀들인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취업이나 이직을 하고 싶은데 자신의 '몸값'을 보여줄 수 있는 각종 증명서가 없었다는 점. 이 때문에 사회 진출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결국 증명서를 위조해 취업 기회를 노렸다.




가짜 대학졸업장을 구입해 입건된 한 취업준비생(28)은 경찰에서 "입사지원서를 수십 차례 넣었지만 매번 탈락한 이유를 고졸 학력 탓으로 여겼다"며 "그저 취업하고 싶어 가짜 증명서를 구입했을 뿐인데 큰 죄가 될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여 팀장은 "일부 가짜 증명서는 조잡하게 위조된 데다 해당 학교에 성적이나 졸업 여부를 문의하면 증명서가 가짜라는 게 곧바로 들통 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국립대 졸업장 등 공문서 위조는 최고 징역 10년까지 받을 수 있는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간판만 바라보는 사회=이번 사건은 내실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간판'만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입건된 구직자, 취업준비생들은 이른바 '스펙 경쟁'에서 뒤처졌기 때문에 증명서 위조 유혹에 쉽게 걸려 들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일부 구매자는 취업뿐만 아니라 결혼 상대자 가족의 요구로 위조된 대학 성적증명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부산YMCA 황재문 시민중계실장은 "가짜 증명서는 간판만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공·사문서 위조의 심각성에 대한 도덕적 교육 강화와 함께 스펙만 보는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정보제공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