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에 불리한 분할약정 성립 안돼"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사용자가 직원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매월 급여에 포함해 정산했다면 이와 별도로 퇴직금을 다시 지급해야 하며, 근로자는 이미 받은 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분할 약정으로 지급된 퇴직금을 근로자의 부당이득으로 본 판례의 적용 범위를 제한한 판단이어서 주목된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0단독 박창제 판사는 8일 이모(38)씨 등 3명이 P공업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사용자가 매월 퇴직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별도로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씨 등이 매월 퇴직금조로 받은 돈을 실질 임금으로 판단해 P공업사가 이를 돌려달라고 청구한 반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퇴직금 제도를 강행법규로 규정한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퇴직금 분할 약정의 근로계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사용자가 퇴직금 지급을 피하려고 형식만 취한 경우에는 이 돈을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P공업사는 퇴직금을 중간 정산했다고 주장하지만 매월 급여에 포함해 지급한 퇴직금 액수를 사용자가 확인하는 차원에서 중간정산서를 작성했을 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유효한 정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돈은 근로의 대가로 보인다"며 분할 지급받은 퇴직금을 부당이득으로 본 대법원 판례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씨 등은 P공업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며 지급청구 소송을 냈으며, 이에 P공업사는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액을 매월 지급했다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5월 이모씨 등 26명이 R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사용자는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근로자는 매월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돈을 반환해야 하므로 두 채권을 상계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10/08 05:31 송고